중국이야기

서울=뉴시스】초록색 모자

쑨아이 2010. 3. 6. 16:27

서울=뉴시스】

"초록색 모자는 도저히 못받겠습니다."

 

지난 19일 홍콩 출신의 아시아축구연맹(AFC) 마케팅 담당자인 케네스 아우씨(34)는 전북 현대와 상하이 선화의 AFC 챔피언스리그 E조 마지막 경기를 보기 위해 전주월드컵경기장을 찾았다.

 

한국축구의 역동적인 모습에 연방 '원더풀'을 연발하던 그는 경기 후 전북 관계자로부터 모자를 선물로 받았다. 전북의 구단 로고가 새겨진 멋진 초록색 모자였다.

하지만 아우씨는 모자의 색깔을 보는 순간 얼굴이 굳어졌다. 중국인들이 모자 색깔로 금기시하는 초록색이었기 때문이다. 중국 사람들은 바람 피운 아내가 있는 남편에게 초록색 모자를 씌운다. '너는 아내도 제대로 관리하지 못했느냐'는 조롱이 담긴 행동이다.

지난해 12월 결혼한 새신랑은 모자를 보는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업무관계로 출장이 잦았던 아우씨는 평소 "그렇게 집을 비우면 부인이 바람나는 게 아니냐"는 짓궂은 농담을 수없이 들었기에 모자의 색깔이 왠지 불길했다.

 

결국 아우씨는 고민 끝에 프로축구연맹 직원에게 "전북의 호의는 감사하지만 도저히 중국으로 가져갈 수 없다"며 모자를 건넸다. 한편 전북-상하이전이 끝난 뒤 아우씨와 함께 모자를 받았던 중국인 심판들도 무언가를 씹은 표정이었다는 후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