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백락일고(伯樂一顧)와 헤드헌터

쑨아이 2010. 1. 10. 22:44

백락일고(伯樂一顧)와 헤드헌터

자고로 ‘伯樂一顧(백락일고)‘ 는 전국책(戰國策)에 나오는 고사로 인재를 잘 알아 골라 쓰는 사람을 伯樂(백락)이라 부르며, 가슴에 새겨두어야 할 교훈으로 전해지고 있다.

伯樂(백락)은 춘추시대 사람으로 당대 최고의 말 감정가였다. 어느 날 마을사람이 찾아와 부탁을 했다. “저에게 훌륭한 말 한 마리가 있는데 이를 팔려고 시장에 내놓았지만 사흘이 지나도록 사려는 사람이 없습니다. 사례는 충분히 드릴 테니 한번 감정을 해 주십시오.” 이에 시장으로 나간 백락은 말 주위를 빙빙 돌면서 요모조모 살펴보았는데, 그 말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준수해 보였으므로 감탄하는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떠나면서 아쉽다는 듯이 다시 한 번 돌아보았다. 그러자 그 말을 거들떠보지도 않던 사람들이 앞을 다투어 몰려들어 말 값은 순식간에 열 배로 뛰어올랐다. ‘백락일고’란 말은 伯樂(백락)이 한 번 고개를 돌려 보아주자, 말의 값이 열 배로 뛰었다는 이야기에서 유래되었다.

千里馬(천리마)는 곧 훌륭한 인재를 비유한다. 어느 시대에나 훌륭한 인재는 있기 마련이지만, 그의 능력을 충분히 알아주는 사람을 만나야 빛을 발하며, 재능을 발휘할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당나라의 유명한 문장가였던 한유(韓愈)도 ‘世有伯樂, 然後有千里馬(세유백락, 연후유천리마) 세상에 백락이 있고 난 연후에 천리마가 있다.’는 말을 하였다. 천리마라 하더라도 백락을 만나지 못하면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는 것이다. 비록 명마라도 백락의 눈에 띄지 않으면 하인의 손에 고삐가 잡혀 끝내는 천리마란 이름 한 번 듣지 못하고 보통 말들과 함께 마구간에서 생을 마감하는 것이다.

어느 날 백락이 길을 가다가 천하의 명마인 천리마가 소금수레를 끌고 고갯길을 올라가는 광경을 목격하게 된다. 용맹을 떨치는 무장의 사랑을 받아야 할 명마가 소금수레를 끈대서야 말이 되는가. 천리마는 백락을 보자 무거운 멍에를 멘 채 땅에 무릎을 꿇고 그를 쳐다보며 슬프게 소리치며 우는 것이었다. 백락은 천리마의 목을 끌어안고 탄식하며 함께 울었다. "서럽고도 서럽구나. 너에게 소금수레를 끌게 하다니..." 말은 자신을 알아주는 백락을 위해 숙였던 머리를 다시 쳐들고 어찌나 슬프게 우는지 그 소리가 하늘을 울렸다고 한다. 백락도 말과 같이 울면서 자기의 비단옷을 벗어 말에게 덮어 주었다. 천리마는 땅에 엎드려 숨을 몰아쉬다가 다시 고개를 들어 크게 우니 그 소리 하늘에 사무치더란 것이다. 이렇게 '驥服鹽車'(기복염거)란 말이 나왔다. 인재를 살펴서 쓰지 못하는 어리석음이 이보다 더 가슴 아플 수가 있

을까?

요즘 핵심인재를 기업체에 소개해 주는 사람이나 업체를 나타내는 말로 헤드헌터라는 말이 있다. 우리나라는 1980년대 중반에 처음 소개되어 최대 10만 명까지 인력 데이터베이스를 확보해 놓고, 분야별로 세분화시켜 변호사·의사·회계사 심지어 공무원 채용까지 헤드헌터에게 의뢰하고 있다. 원하는 부문에 가장 적합한 인물을 채용할 수 있도록 연결시켜 줌으로써 춘추시대의 백락역할과 동시에 인력활용도를 극대화하고 있는 것이다.

요즘은 시쳇말로 ‘개천에서 더 이상 용이 나오지 않는다’ 는 이야기를 종종 한다. 교육의 양극화와 소득의 양극화가 심화된다는 사실이다. 본인의 능력보다 부모의 높은 학력과 경제력이 대학을 결정하는 수순을 밟게 되는 사회가 도래하였음을 말해준다. 고소득 가정일수록 자녀에 대한 교육열이 강한 나머지 사교육열풍이 급속도로 번지는데서 그 원인이 있다. 결국 학력도 인적투자에 비례한다는 것이 증명돼 부모-자녀 학력 ‘대물림’현상이 입증된 셈이다. 그러나 누구나 공교육을 통해 능력 있는 인재로 양성할 수 있게 되는 것이 ‘이상적인 공교육’의 모습인 것이다. 끊임없이 변화하는 교육의 패러다임 속에서도 훌륭한 천리마를 찾아낼 수 있는 백락이자 헤드헌터는 일선에서 공교육을 담당하는 교사다. 미래의 인재양성에 로드맵으로 발전할 수 있는 선생님들의 안목과 혜안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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